목록여행이야기/도시이야기 (15)
들꽃소리
영화 의 배경이 됐던 '초원사진관'. 영화 속의 허름함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오른쪽 주택은 4층 건물이 되어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카페가 됐고, 왼쪽의 시멘트 블록 벽은 사라졌다. 비포장이던 주변 도로는 아스팔트와 돌로 단정하게 포장되어 있다. 겉모습만 당시와 비슷하고 내부는 관광객들에게 영화 속 배경임을 알리는 홍보관으로 변신했다. 당시 다림(심은하)이 타고 다니던 주차위반 단속차량 '티코'와 정원(한석규)이 타고 다니던 '스크터'도 주변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관 주변은 관광지가 됐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주변 1~2km 안에 대부분의 볼거리가 있다. 팥빵과 야채빵으로 유명한, 빵이 나올 시간이면 길게 줄을 선다는 '이성당'과 일본식 주택인 '히로시 가옥' 등도 모두 걸어서 돌아볼 수 ..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독일의 온천 도시 바덴바덴(Baden-Baden)에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 프라이부르크(Freiburg)로 가는 길에 점심과 휴식을 겸해 잠시 들른 참이었다. 아담하고 작은 도시는 번잡하지 않고 조용했다. 비는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했지만 도시를 둘러보는 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바덴바덴의 역사는 제법 길다. 이 도시는 원래 3세기경 로마의 요새로 건설됐다고 한다. 이후 건설과 파괴, 재건 등의 과정을 몇 차례 거쳤고, 1808년 이후 지금의 온천휴양지로 유명해졌다고 전해진다. 바덴(Baden)은 독일어로 ‘목욕을 하다’라는 의미가 있으니, 도시 이름과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시내는 다른 유럽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거리를 간직하..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 입구에 위치한 성 바실리성당(Cathedral of St. Basil the Blessed). 1561년 지어졌다. 러시아정교의 사원으로 200년간 러시아를 지배하고 있던 몽골의 칸 카잔을 러시아 황제 이반 4세가 굴복시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러시아의 전통 목조건축술과 비잔틴 및 서유럽의 석조 건축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가장 러시아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겨울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은 황량하고 을씨년스럽다. 첫 인상이 그랬다. 하지만 광장을 가로질러 끝에 이르면 마치 동화나 만화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성 바실리성당이다. 붉은 벽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놓은 듯한 양파모양의 돔이 인상적이다. 녹색, 파랑, 흰색, 노랑 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동화..
사진을 하면서 남들 다 찍는 사진이지만, 꼭 한 번은 촬영해보고 싶은 장면, 또는 장소들이 있다. 군산의 경암동 철길마을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게으른 탓에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실행에는 결국 옮기지 못했다. 경암동 철길마을의 철도가 만들어진 것은 1944년 해방을 한 해 앞둔 해였다. 제지 공장에 신문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조성된 이 철길 옆으로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철길마을이 조성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 철길은 1950년대 중반까지는 ‘북선 제지 철도’로, 1970년대 초까지는 ‘고려제지 철도’ 이후에는 ‘세대 제지선’ 또는 ‘세풍철도’로 불렸다고 한다. 이후 세풍그룹이 부도나면서 이 제지회사를 새로 인수한 회사의 이름을 따 ‘페이퍼코리아선’으로 불렸단다. 어쨌거나 좁은 골몰길 같은 ..
두바이 여행의 백미 중 하나인 사막사파리.바퀴의 바람을 적당히 뺀 SUV를 타고 사막을 질주하며 스릴을 즐기는 관광코스다. 호텔로 데리러 오고, 끝나면 데려다 준다. 저녁은 베드윈 캠프에서 뷔페로 즐기고, 벨리댄스도 코앞에서 구경을 할 수 있다. 단, 불려나가 함께 춤을 출 수도 있으므로 춤 추는 것이 싫다면 댄서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 열심히 사진을 촬영하면 봐주기도 한다.자동차는 앞 좌석에 앉는 것이 좋다. 앞을 보면 차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어 대비를 할 수 있지만, 뒷 좌석은 그게 불가능해 움직이는 대로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앞 좌석에서는 기회만 잘 잡으면 적당히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도 있다.
영국 런던 서튼(Sutton)지구 왈링턴(Wallington)에 위치한 탄소제로 주거타운 베드제드(BedZED). 베드제드는 ‘베딩턴 제로 에너지 개발(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에서 유래했다. 영국 베드제드(BedZED) 3중 유리, 벽두께 50㎝ 열손실 최소화 옥상에 빗물 받아 화장실, 정원수로 사용… 자동차는 공용으로 이른 아침 런던 중심가를 벗어나 승용차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전날까지 잔뜩 찌푸린채 비를 뿌렸던 하늘은 반갑게도 맑고 푸르게 변해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유럽의 겨울날씨를 걱정하며 30분 정도를 달리자 한적해 보이는 주택가가 나타났다. 영국 런던 서튼(Sutton)지구 왈링턴(Wallington)이었다. 왼쪽으로 낯익은 주택단지가 눈에 들어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