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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누린내풀Caryopteris divaricata (Siebold & Zucc.) Maxim 마치 권투선수가 주먹을 쥐고 있는 듯한 포즈가 재미있는 꽃이다. 키가 1m 정도 되는 식물인데, 근처에 다가가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썩 좋은 향은 아니다. 누린내풀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다. 요즘은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는 편이라 보기 어렵지는 않다. 가장 가까이는 서울 성북에 있는 길상사에서 무리지어 핀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의 꽃은 군포 수리산에서 촬영했다. 야생화를 촬영하다보면 독특한 이름과 특징을 지닌 꽃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사람 기준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그들이 가진 이런 특이함은 자연에서 최적의 생존조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열을 가르기보다 독특함으로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할 듯 싶다.
올챙이솔Blyxa japonica (Miq.) Maxim. ex Asch. & Gurk. 의외로 논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이 많다. 농사짓는 사람에겐 성가신 잡초일 뿐이지만,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에게 논은 뜻밖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특히 논에는 아주 작은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많은데, 올챙이솔도 그중 하나다. 올챙이솔은 물속에서 자라는 침수생식물이다.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은데, 아마도 작기도 하거니와 관심도 없는 잡초이기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큰 것 같다. 세 장으로 갈라진 하얀 꽃이 핀다. 꽃잎의 길이가 대략 3mm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물 위로 살짝 고개를 내미니 여간해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사진의 올챙이솔은 2008년 여름 수원 인근의 한 논에서 촬영했다.
털중나리Lilium amabile Palib.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리의 종류는 은근히 많다. 대충 떠오르는 것만 참나리, 말나리, 하늘나리, 하늘말나리, 땅나리, 중나리, 털중나리 등등이 있다. 여기에 색이나 모양 등에 따라 이름 앞에 특징이 추가되다 보니 나름 대식구를 이룬다. 백합과 전체로 보자면, 웬만한 학구파가 아니고는 이 집안 식구들의 면면을 모두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털중나리는 여름의 초입인 6월부터 꽃을 피우는데, 다른 가족들보다 조금 이른 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털중나리는 영월 동강 바위 위에 피어 있던 것이다. 400mm까지 되는 망원줌렌즈로 촬영했는데, 돌양지꽃과의 어울림이 제법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사진이 털중나리는 얼마 전 충북 괴산에서 만났다. 화려한 꽃색이 눈에 확 들어..
홀아비꽃대 Chloranthus japonicus Siebold ‘꽃대’라는 식물이 있다. ‘두사람꽃대’ 또는 ‘쌍꽃대’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꽃대를 두 개씩 올린다. 하지만 최근에 이 꽃을 촬영한 사진은 만날 수가 없다. 그저 도감에 설명만 남아 있는 정도다. ‘홀아비꽃대’는 꽃대와 달리 하나의 꽃대만 올리기 때문에 얻어진 이름이다. 비슷한 식물로 ‘옥녀꽃대’가 있다. 홀아비꽃대가 전국에 분포하는 것에 비해, 옥녀꽃대는 주로 우리나라 남쪽 해안 근처에서 자생한다. 산림청의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홀아비꽃대와 유사종으로 학자 간의 분류학적 소견을 거쳐 1996년 이우철 교수의 한국식물명고에 기재된 종으로, 정확한 분류학적 재검토 및 자생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이름만으로는 남성과 여성..
투구꽃 Aconitum jaluense Kom. 가을에 접어들면 숲속을 밝히는 꽃이 있다. 투구꽃이다. 꽃의 모양이 옛 군인의 투구를 닮았다고 해서 투구꽃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투구꽃은 종류가 너무 많다. 투구꽃, 바꽃, 돌쩌귀, 진범 등이 붙는 이름이 이들 형제·사촌들이다. 대부분 비슷비슷해 얼핏 구별이 쉽지 않다. 특히 놋젓가락나물과 투구꽃은 덩굴이냐 아니냐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최근 만난 한 식물학자는 투구꽃과 놋젓가락나물을 투구꽃으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알려주었다. 용감한 군인의 투구를 닮아서인지 이들 집안은 대부분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몇해전 상영됐던 영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도 각시투구꽃이 독성이 강한 식물로 묘사되고 있다. 사진의 투구꽃은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