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들꽃이야기/꽃의 민낯 (28)
들꽃소리
수리산 유감 변산바람꽃은 이름 그대로 변산에서 처음 발견된 꽃이다. 2006년 2월 말경인가 부안 일대를 돌면서 변산바람꽃을 촬영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꽃인 줄 알았다. 마을 뒤 밭둑과 산언저리에 몇 개체씩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는 변산바람꽃을 ‘땅꽃’이라고 불렀다. 그 때도 유명세 탓에 제법 많은 사진가들이 와 있었다. 그 변산바람꽃이 경기도 일대에서도 자라고 있다. 이중 많이 알려진 자생지는 풍도와 수리산이다. 수리산의 자생지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8년 봄이었다. 임도 옆으로 보일 듯 난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계곡 주변으로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당시에는 군락지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개체수도 많았다. 두 번째 방문한 ..
모두가 특별하다 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은 흔치 않은 특별한 식물을 만났을 때다. 노루귀는 꽃잎이 홑겹이다. 그런데 겹꽃으로 풍성하게 피는 흔치 않은 경우가 있다. 만약 이 사진을 촬영했다면 거의 잠을 못잘 수도 있다. 광릉요강꽃은 거의 멸종 직전이라 알려진 자생지는 보호가 삼엄하다. 산에서 만약 광릉요강꽃과 마주치게 된다면 아마도 ‘심봤다!!!’고 소리치게 될지도 모른다. 특별하다는 것은 흔치 않다는 의미고, 때문에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흔하지 않은 식물을 찾기 위해 정성을 들이게 된다. 애란인들은 잘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한국춘란과 보춘화의 차이는 간단하다. 기본적인 것이냐, 기본에서 벗어난 것이냐다. 기본..
잡초는 없다 지금도 여전히 발끝에 차이는 이름 모르는 풀을 만나면 잡초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꽃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알지 못하니, 잡다한 풀들을 통틀어 그렇게 부를 수밖에. 사실 이름을 불러 준다고 해서 풀들 입장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 사람들 마음대로 붙여 놓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름을 부르던 안 부르던 풀들이 살아가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하지만 사람들이 식물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름을 알고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고, 소홀이 다루지 않겠다는 의지도 은연 중에 담겨있다. 그렇게 본다면 풀들이 살아가는데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겠다.우리와 함께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자생식물의 수는 대략 4,900여종 ..
야생화 탐사 야생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탐사(探査)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맞을까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여전히 야생화의 생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냥 사진만 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촬영해 놓고도 분류하지 못한 꽃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사진만으로는 나중에 분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 손 놓고 있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탐사라고 쓰고 촬영이라고 읽는 것이 맞는 듯싶다.그래도 지난 10년간의 사진을 보면서 참 열심히 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태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름을 알고 지내는 꽃은 참 많아졌다. 그냥 잡초들이 이름을 통해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경험은 경이롭기까지 하다.렌즈를 통해 들여다 본 우리 야생화는 더 아름답다.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