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들꽃이야기/꽃의 민낯 (28)
들꽃소리
장점과 단점 야생화 촬영 때 주로 사용하는 렌즈는 60㎜ 마크로 렌즈다. 표준렌즈 계열인 60㎜ 마크로 렌즈는 실제와 거의 비슷한 원근감과 화각으로 낯설지 않은 사진을 만든다. 들고 다니기 편하고, 어느 정도의 조건만 허락한다면 핸드헬드(handheld)로 접사촬영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단점은 초점거리다. 카메라가 다가가기 힘든 곳의 접사촬영이 어렵다.촬영 때 꼭 챙겨나가는 또 다른 렌즈는 24㎜ 마크로 렌즈다. 광각계열의 이 렌즈는 밝기가 f/1.8이다. 넓은 화각에 원근감, 그리고 접사까지 다용도로 사용하기에 정말 편리하다. 넓은 화각은 피사체 너머 풍경을 적당히 살려 주고, 작은 식물을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피사체의 형태가 왜곡되거나 배경이 산만해지는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이..
길을 잃다 제법 오래전 이야기다. 안면도로 새우란 촬영을 떠났다. 산허리 곳곳에 옹벽이 설치되어 있는 높지 않은 야산이었다. 넓게 닦아 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좁은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새우란 몇 촉과 금난초 몇 촉, 은난초도 눈에 들어왔다. 남쪽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옥녀꽃대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산 속에서 보냈다. 풍성한 수확을 얻은 우리는 장소를 옮기기 위해 다시 산을 내려왔다. 길이라고 해야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하나, 그리고 좌우로 갈라진 길 두어 개가 전부였다. 만족감에 가득 찬 하산길은 잠시 후 당황스러움으로 변했다. 길 끝에 높은 옹벽이 떡하니 나타났다. 뛰어내리기에는 높이가 상당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 길을 더듬고 다른 길로 내려왔다. 역..
사진 잘 찍는 방법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처럼 카메라가 보편화된 시대에 사진은 오락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간편하게 촬영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유한다. 가끔은 멋진 사진을 만날 때도 있고, ‘그저 그런 일이 있었구나’ 확인하는 정도의 사진도 있다. 그렇지만 사진을 촬영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은 ‘기왕이면 더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다. 물어보는 이유도 그래서다.어떤 사람은 “큰 카메라로 찍어야 잘 나오죠?”라고 묻기도 하고, 사진을 보고는 “역시 전문가용 카메라야”라며 지레 짐작하기도 한다. 물론, 고급 카메라는 촬영환경에 맞춰 세세하게 조절하고,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품고 있다. 비싼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과거 필름 카메라는 렌즈..
멜랑꼴리 목련꽃을 보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아주 오래전이라 얼굴조차 흐릿한데, 그 기억은 언제나 목련꽃과 함께 한다.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세월이 지나니 마음도 단단해져 이제는 그런 이미지가 쉽사리 각인되질 않는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또 한편으로는 무뎌져 가는 가슴이 편하기도 하다. 마음을 다치는 일은 적어 졌지만, 비슷한 생채기들은 지금도 스치듯 생겨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카메라를 걸어 놓고 꽃의 민낯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불현 듯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 모습들은 대체로 흐릿하다. 촬영해온 꽃 사진을 정리할 때도 문득문득 옛 기억의 얼굴을 만나고는 한다. 그가 그 꽃을 닮았는지, 그 때의 장소에 함께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 때 그 장소에서 그..
가벼운 게 좋아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면서 가장 많이 산 게 카메라 가방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숄더백, 배낭, 슬링백, 힙색 등등, 심지어 장비 주머니를 달 수 있는 조끼에 벨트까지 세트로 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음에 쏙 드는 가방은 없다. 촬영을 나갈 때면 챙겨야 될 장비가 많다. 카메라 두 대에 광각부터 망원까지 렌즈 서너 개, 거기에 초점거리 따라 마크로 렌즈도 두어 개, 또 각종 필터와 액세서리들까지 더하면 가방은 점점 커진다. 이 짐을 지고 산을 오르면 그야말로 야전훈련 나가는 군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삼각대까지 들면 영락없이 총 든 군인의 모습이다. 이렇게 산을 몇 번 타고 나면 장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격하게 든다. 가져가야 할 것과 놓아두고 가도 될 것들이 눈에 들..
자연산, 그것도 공짜니까 야생화를 좋아해 식물원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수집한 야생화를 여러 사람과 같이 보고 싶은 생각에 식물원을 공개한 그는, 곧 난감한 일과 마주쳤다. 식물원의 꽃들이 하나 둘 사라졌던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구경 온 사람들 중에 신기하고 예쁘다며 꺾고 캐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식물원 문을 닫아버렸다.산을 오르다보면 여기저기 파인 흔적들을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누군가 마음에 드는 식물을 캐간 흔적이다. 어쩌다 꽃을 캐가는 사람을 만나 “왜 캐가느냐?”고 물어보면 “예뻐서”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주인 없는 것인데 캐면 안 되냐?”고 되묻는다. 예쁘면 여러 사람이 보게 두는 것이 맞고, 주인도 엄연히 있다. 주인 없는 산이 어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