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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개구리발톱Semiaquilegia adoxoides (DC.) Makino 야생화 촬영을 하다보면 몇 번을 촬영해도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꽃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개구리발톱도 그런 꽃이다. 꽃과 식물체가 작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도통 구도를 잡지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꽃과 꽃 사이, 꽃과 잎 사이도 멀어 어울림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개구리발톱의 자생지는 호남과 제주도 등 남부지방이다. 중부지방에 살고 있는 필자가 매번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 다행스럽게도 안산에 있는 안산식물원에는 개구리발톱이 제법 많이 살고 있다. 그것도 관람로 바로 옆에 무리지어 있어, 한가한 평일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개구리발톱이란 이름은 씨방의 모양에서 따온 것이라는데..
방송이 미워요 요즘 방송국 다큐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약초꾼 이야기다. 험준한 산 속을 헤매며 귀한 약초를 찾는 모습이 힘들지만 보람차 보인다. 그 약초꾼들 중에는 특별한 약초만 전문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산야초를 두루 채취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겨우살이만 전문으로 채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영된 것을 본적도 있다. 산야초를 채취하는 장면이 방송을 자주 타다보니, 일반인들 중에서도 반 취미 삼아 주말이나 휴일에 약초를 캐러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중에는 아예 동호회를 결성해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연을 벗하며 즐기는 것이 뭐가 나쁘겠냐마는, 거기에는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약초들 중에는 보호해야 할 식물들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겨우살이 중에서도 꼬리..
매뉴얼 그까짓 거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인데 늘 소홀한 것이 있다. 매뉴얼을 숙지하는 일이다. 사진은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그러니 그 기계를 제대로 잘 다루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카메라는 빛을 조절해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에 영상이 담기도록 하는 기계다. 카메라에는 빛을 조절하는 3가지 장치가 있다. 조리개, 셔터, 감도가 그것이다. 조리개는 빛이 들어오는 통로의 넓이로, 셔터는 시간으로 빛의 양을 조절한다. 감도는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가 빛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의미한다. 현재 감도는 ISO라는 국제 규격을 사용하는데, 과거 필름에는 ASA나 DIN 같은 미국 또는 유럽의 규격이 함께 표기되어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기에 알맞은 적정노..
야생화를 찍는 이유 가끔 사람들로부터 ”왜 야생화 사진을 찍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왜일까? 솔직히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돌이켜보니 대답을 하기는 했던 것 같다. “꽃은 도망가지 않으니까”가 그 대답이었다. 야생화들은 계절마다 자신의 때를 알고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킨다. 그 때를 맞춰 찾아가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하나 야생화는 까칠하지가 않다.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 인물 촬영은 모델과의 호흡이 대단히 중요하다. 풍경사진은 시간과 환경이 중요하고, 보도사진은 찰나를 놓치면 안 된다. 물론 야생화 사진도 때와 기다림이 중요하다. 한번 때를 놓치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나 일단 만나면 다른 피사..
남산제비꽃 Viola albida var. chaerophylloides (Regel) F.Maek. ex Hara 제비꽃은 종류가 다양하고 변이가 심해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꽃색과 잎의 모양 등을 통해 구분하는데, 국내에 자생하는 종류만 6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는 고산지대 등 특별한 곳에서만 자라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남산제비꽃도 주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다만 흔하다는 것이 보랏빛 꽃을 가진 제비꽃처럼 집 주변이 아니라 산지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지에서 만날 수 있다. 제비꽃의 색은 크게 분홍색, 보라색, 흰색, 노란색으로 나뉜다. 남산제비꽃은 흰색의 꽃을 피우며, 잎이 코스모스잎처럼 갈라진다. 그래서 다른 제비꽃과는 구별이 비교..
사진은 장비다 예술 분야 중 사진처럼 장비 덕을 톡톡히 보는 장르도 드물다. 많은 사진가들이 더 고급스럽고 비싼 장비를 선호한다. 제조회사들 역시 보급기, 중급기, 고급기로 제품을 분류해 은연 중에 자존심을 자극한다. 출사를 나가면 사진 보다 다른 사진가의 카메라에 더 눈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제법 오래 전 필름 카메라가 대세이던 시절, 유명 잡지사에서 사진기자로 있던 한 친구가 경복궁 출사대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 친구는 말미에 “말로만 듣던 카메라를 오늘 모두 보고 왔네”라며 웃었다. 그날 우리는 명품 카메라 이야기를 나누며 부러움에 잠겼다. 지금도 좋은 카메라나 렌즈를 보면 여전히 탐난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진 관련 장비를 모두 구비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이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