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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멜랑꼴리 목련꽃을 보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아주 오래전이라 얼굴조차 흐릿한데, 그 기억은 언제나 목련꽃과 함께 한다.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세월이 지나니 마음도 단단해져 이제는 그런 이미지가 쉽사리 각인되질 않는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또 한편으로는 무뎌져 가는 가슴이 편하기도 하다. 마음을 다치는 일은 적어 졌지만, 비슷한 생채기들은 지금도 스치듯 생겨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카메라를 걸어 놓고 꽃의 민낯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불현 듯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 모습들은 대체로 흐릿하다. 촬영해온 꽃 사진을 정리할 때도 문득문득 옛 기억의 얼굴을 만나고는 한다. 그가 그 꽃을 닮았는지, 그 때의 장소에 함께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 때 그 장소에서 그..
노랑무늬붓꽃[Iris odaesanensis Y.N.Lee] -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현재 멸종위기식물로 보호받고 있다. 하얀꽃잎에 노랑무늬가 들어있어 노랑무늬붓꽃이란 이름을 얻었다. 자생지는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의 산지로 비교적 넓게 분포되어 있고, 개체수도 많은 편이다. 자생지를 잘 알고 때를 맞춰 찾아가면 더 없이 좋겠지만, 전업이 아닌 다음에야 항상 시절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가끔 운이 좋으면 뜻하지 않게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진의 노랑무늬붓꽃이 그런 얼굴이다. 5월초의 긴 연휴를 맞아 떠난 여행에서 노랑무늬붓꽃을 만났다. 꽃을 촬영하러 간 여행은 아니었지만, 카메라를 메고 다닌 탓에 반가움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10년 정도 야생화..
“5월 1일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만난 주름제비란.반 나들이 삼아 방문한 수목원을 이리저리 거닐다갑자기 눈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두 촉.개화한 주름제비란 두 촉이 촛불처럼 환하게 숲을 밝히고 있었다.손에 들고 있던 X100T로 촬영하려면 지정된 산책로를 벗어나야 했다.잠시 서서 고민에 빠졌다.'자동차에 가서 카메라 가방을 통채로 들고 와?'그날따라 사람이 많아 차는 입구에서 떨어진 골목길에 세워둔 상태였다.결국 수목원 밖으로 나가 카메라 가방을 메고 들어왔다.그렇게 망원렌즈를 끼고 주름제비란을 촬영했다.자생지라면 훨씬 다양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겠지만철망까지 쳐진 수목원 내 식물을 망원렌즈로 촬영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했다.그러면 어떤가?언제가 자생지에서 다시 만날 기약을 하고지금은 촬영식물 리스트가..
봄맞이Androsace umbellata (Lour.) Merr. 들판에서 만나는 우리 봄꽃들은 대부분 키들이 작다. 꽃을 자세히 보려면 고개를 숙이고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래서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무심히 스쳐지나가고, 그런 이유로 잡초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봄맞이도 꽃이 작다. 논둑이나 들판 적당히 습기가 있는 햇볕 아래에서 하얀꽃을 다닥다닥 피운다. 얼핏 보면 소금을 뿌려놓은 듯 보일정도다. 이름 그대로 이른 봄에 피어 봄을 맞이하는 꽃이란 뜻이다. 빠른 봄꽃은 2~3월부터 피지만, 봄맞이는 4~5월에 피니 꼭 맞는 이름은 아닌 듯싶다. 사진은 가평에서 촬영했다. 오지 시골마을 안에 있는 논두렁에서 만났다. 꽃의 배치도 절묘하고 높낮이도 같아서 얕은 조리개로 꽃망울부터 만개한 것까지 ..
가벼운 게 좋아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면서 가장 많이 산 게 카메라 가방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숄더백, 배낭, 슬링백, 힙색 등등, 심지어 장비 주머니를 달 수 있는 조끼에 벨트까지 세트로 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음에 쏙 드는 가방은 없다. 촬영을 나갈 때면 챙겨야 될 장비가 많다. 카메라 두 대에 광각부터 망원까지 렌즈 서너 개, 거기에 초점거리 따라 마크로 렌즈도 두어 개, 또 각종 필터와 액세서리들까지 더하면 가방은 점점 커진다. 이 짐을 지고 산을 오르면 그야말로 야전훈련 나가는 군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삼각대까지 들면 영락없이 총 든 군인의 모습이다. 이렇게 산을 몇 번 타고 나면 장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격하게 든다. 가져가야 할 것과 놓아두고 가도 될 것들이 눈에 들..
자연산, 그것도 공짜니까 야생화를 좋아해 식물원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수집한 야생화를 여러 사람과 같이 보고 싶은 생각에 식물원을 공개한 그는, 곧 난감한 일과 마주쳤다. 식물원의 꽃들이 하나 둘 사라졌던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구경 온 사람들 중에 신기하고 예쁘다며 꺾고 캐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식물원 문을 닫아버렸다.산을 오르다보면 여기저기 파인 흔적들을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누군가 마음에 드는 식물을 캐간 흔적이다. 어쩌다 꽃을 캐가는 사람을 만나 “왜 캐가느냐?”고 물어보면 “예뻐서”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주인 없는 것인데 캐면 안 되냐?”고 되묻는다. 예쁘면 여러 사람이 보게 두는 것이 맞고, 주인도 엄연히 있다. 주인 없는 산이 어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