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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큰괭이밥Oxalis obtriangulata Maxim. 괭이밥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흔히 ‘클로버’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솔직히 잎의 모양은 괭이밥이 클로버 보다 훨씬 더 단정한 느낌이 든다. 대부분 야생에서 만나는 괭이밥은 노란색꽃을 피운다. 특별히 원예화 되어 온실이나 화분에서 자라는 녀석들도 있는데, 이들은 ‘사랑초’라는 특별한 별칭으로 불린다. 또 학명을 따 ‘옥살리스’라고 통칭되기도 한다. 큰괭이밥은 꽃과 잎이 크고 5월경 산속에서 꽃을 피운다.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해 늘 피기 전이나 꽃이 시든 뒤에 만나고는 했는데, 가끔은 운이 좋을 때도 있다. 사진의 큰 괭이밥은 가평의 산속에서 촬영했다. 흰꽃을 피우는 또 다른 괭이밥으로는 ‘애기괭이밥’이 있다. 이름에 애기가 붙었지..
지켜야 할 것들 열심을 너무 내다보면 본질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한동안 야생화 촬영을 하면서 발밑을 잊어버렸었다. 마음에 드는 꽃을 발견하면 주변을 살피지 않고 무작정 달려드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결과는 자생지에 남겨진 커다란 발자국과 그 밑에 눌려 버린 또 다른 꽃들의 비명 소리다. 엉덩이나 가슴, 배낭 아래서도 이런 무언의 비명소리는 자주 들린다.한동안 비슷한 실수를 자주했었다. 여전히 깜빡깜빡하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발조심이 생활화되어 가고는 있다. 꽃이 낙엽에 심하게 묻혀 있으면 조심스럽게 걷어내기도 하고, 꽃잎에 솔잎이 떨어져 있으면 들어내기도 한다. 사실 이런 행동조차 반성해야 마땅하다.어떻게 해서든 좋은 그림을 만들고 싶은 것이 사진을 하는 사람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그런데 야..
제비꿀Thesium chinense Turcz. 식물에 대해 좀 알거나, 일부러 알고 찾지 않으면 주변에 흔해도 얼굴을 마주하기 힘든 꽃들이 있다. 여름 도로나 화단의 풀밭에서 흔하게 자라는 꽃마리나 꽃받이 등이 대표적이다. 논두렁이나 잔디밭 또는 무덤가에서 만날 수 있는 제비꿀도 그런 꽃이다. 식물체가 연약해보이고 작은데다 꽃은 얼핏 하얀 점 정도로 보이니 주의 깊게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렌즈를 통해 만난 꽃은 앙증맞다. 반기생식물로 잔디나 벼, 꿀풀 등의 뿌리에 붙어 영양을 얻는다. 한방에서는 유용한 식물로 오래전부터 사용되었고, 동의보감에도 제비꿀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사진의 제비꿀은 지난 여름 수원 칠보산에서 촬영했다. 단향과의 여러해살이풀.
수염가래꽃Lobelia chinensis Lour. 습지나 논둑에서 만날 수 있는 키 작은 식물이다. 꽃의 이름 수염가래는 꽃의 모양이 수염을 닮았다고 해서, 또 밭을 갈 때 사용하던 가래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진만 촬영해놓고 보면 모양이 숫잔대와도 비슷하다. 둘 다 초롱과 식물이지만, 식물체의 체급은 거인과 난장이처럼 차이가 크다. 줄기가 옆으로 자라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는 관계로 대부분 무리지어 군락을 이룬다.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는 논둑의 잡초에 불과하지만, 꽃이 흔치 않은 여름 들녘 야생화 사진가들에게 귀한 피사체가 되어 준다. 전국의 논둑이나 습지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모두가 특별하다 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은 흔치 않은 특별한 식물을 만났을 때다. 노루귀는 꽃잎이 홑겹이다. 그런데 겹꽃으로 풍성하게 피는 흔치 않은 경우가 있다. 만약 이 사진을 촬영했다면 거의 잠을 못잘 수도 있다. 광릉요강꽃은 거의 멸종 직전이라 알려진 자생지는 보호가 삼엄하다. 산에서 만약 광릉요강꽃과 마주치게 된다면 아마도 ‘심봤다!!!’고 소리치게 될지도 모른다. 특별하다는 것은 흔치 않다는 의미고, 때문에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흔하지 않은 식물을 찾기 위해 정성을 들이게 된다. 애란인들은 잘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한국춘란과 보춘화의 차이는 간단하다. 기본적인 것이냐, 기본에서 벗어난 것이냐다. 기본..
잡초는 없다 지금도 여전히 발끝에 차이는 이름 모르는 풀을 만나면 잡초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꽃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알지 못하니, 잡다한 풀들을 통틀어 그렇게 부를 수밖에. 사실 이름을 불러 준다고 해서 풀들 입장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 사람들 마음대로 붙여 놓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름을 부르던 안 부르던 풀들이 살아가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하지만 사람들이 식물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름을 알고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고, 소홀이 다루지 않겠다는 의지도 은연 중에 담겨있다. 그렇게 본다면 풀들이 살아가는데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겠다.우리와 함께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자생식물의 수는 대략 4,900여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