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야생화 탐사 (39)
들꽃소리
자연산, 그것도 공짜니까 야생화를 좋아해 식물원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수집한 야생화를 여러 사람과 같이 보고 싶은 생각에 식물원을 공개한 그는, 곧 난감한 일과 마주쳤다. 식물원의 꽃들이 하나 둘 사라졌던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구경 온 사람들 중에 신기하고 예쁘다며 꺾고 캐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식물원 문을 닫아버렸다.산을 오르다보면 여기저기 파인 흔적들을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누군가 마음에 드는 식물을 캐간 흔적이다. 어쩌다 꽃을 캐가는 사람을 만나 “왜 캐가느냐?”고 물어보면 “예뻐서”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주인 없는 것인데 캐면 안 되냐?”고 되묻는다. 예쁘면 여러 사람이 보게 두는 것이 맞고, 주인도 엄연히 있다. 주인 없는 산이 어디 ..
오랜 만에 봄 야생화를 촬영하기 위해 떠난 산 속에서 엉뚱한 친구들을 만났다. 까투리처럼 생겨 그런 줄 알았더니 새에 대해 잘 아는 분이 들꿩이라고 알려주었다.특히 눈 주위 화장이 예쁜 이 친구들은 주변을 맴돌며 떠나지 않았다.거리는 대략 5m 정도. 위협적인 행동만 하지 않으면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만개한 얼레지 속을 유유히 걷는 모습이 마치 산중 거사인 듯 했다.뜻 밖의 친구로 또 다른 추억이 생긴 하루였다.
개구리발톱Semiaquilegia adoxoides (DC.) Makino 야생화 촬영을 하다보면 몇 번을 촬영해도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꽃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개구리발톱도 그런 꽃이다. 꽃과 식물체가 작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도통 구도를 잡지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꽃과 꽃 사이, 꽃과 잎 사이도 멀어 어울림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개구리발톱의 자생지는 호남과 제주도 등 남부지방이다. 중부지방에 살고 있는 필자가 매번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 다행스럽게도 안산에 있는 안산식물원에는 개구리발톱이 제법 많이 살고 있다. 그것도 관람로 바로 옆에 무리지어 있어, 한가한 평일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개구리발톱이란 이름은 씨방의 모양에서 따온 것이라는데..
남산제비꽃 Viola albida var. chaerophylloides (Regel) F.Maek. ex Hara 제비꽃은 종류가 다양하고 변이가 심해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꽃색과 잎의 모양 등을 통해 구분하는데, 국내에 자생하는 종류만 6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는 고산지대 등 특별한 곳에서만 자라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남산제비꽃도 주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다만 흔하다는 것이 보랏빛 꽃을 가진 제비꽃처럼 집 주변이 아니라 산지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지에서 만날 수 있다. 제비꽃의 색은 크게 분홍색, 보라색, 흰색, 노란색으로 나뉜다. 남산제비꽃은 흰색의 꽃을 피우며, 잎이 코스모스잎처럼 갈라진다. 그래서 다른 제비꽃과는 구별이 비교..
사진은 장비다 예술 분야 중 사진처럼 장비 덕을 톡톡히 보는 장르도 드물다. 많은 사진가들이 더 고급스럽고 비싼 장비를 선호한다. 제조회사들 역시 보급기, 중급기, 고급기로 제품을 분류해 은연 중에 자존심을 자극한다. 출사를 나가면 사진 보다 다른 사진가의 카메라에 더 눈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제법 오래 전 필름 카메라가 대세이던 시절, 유명 잡지사에서 사진기자로 있던 한 친구가 경복궁 출사대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 친구는 말미에 “말로만 듣던 카메라를 오늘 모두 보고 왔네”라며 웃었다. 그날 우리는 명품 카메라 이야기를 나누며 부러움에 잠겼다. 지금도 좋은 카메라나 렌즈를 보면 여전히 탐난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진 관련 장비를 모두 구비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이 따라..
호랑버들Salix caprea L. 봄이 되면 겨울잠을 자던 꽃눈들이 한껏 기지개를 편다. 2월말쯤이면 산속은 계곡을 따라 이른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지만, 꽃 소식이 늦은 마을 인근에서 그래도 봄기운을 제일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버드나무다. 그러나 털이 보송보송한 꽃봉오리가 터지면서 꽃술이 만개하는 모습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버드나무의 종류가 많다. 갯버들, 수양버들, 왕버들, 들버들 등등 다양한 버드나무과 식물이 있는데, 이들을 구별하기가 영 쉽지가 않다. 사진의 버들은 호랑버들이다. 용인의 한 야산에서 촬영했다. 호랑버들의 꽃말은 ‘자유’고, 이름은 겨울눈이 마치 호랑이의 눈을 닮았대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얀 꽃봉오리에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버드나무과의 낙엽활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