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희귀식물 (17)
들꽃소리
변산바람꽃 Eranthis byunsanensis B.Y.Sun 이른 봄 겨울을 깨고 피는 꽃들이 있다. 노루귀, 복수초가 대표적인 꽃들이다. 하지만 정말 일찍 피는 꽃이 있다. 부지런한 봄꽃들이 기지개를 펼 무렵 이미 단장을 마치고 활짝 피어 반기는 꽃이 바로 변산바람꽃이다. 변산바람꽃은 1993년 전북대학교 선병윤 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채집해 한국특산종으로 발표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이후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필자가 처음 변산바람꽃을 촬영한 곳은 경기도 서해안의 한 섬이었다. 변산바람꽃이 처음 발견된 변산반도의 한 마을은 2월이면 수많은 사진가들이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 마을에는 변산바람꽃 액자가 걸려있는 집도 있을 정도다. 이곳 노인들은 변산바람꽃을 땅꽃이라고 불렀다. 경기도 인근에..
개쓴풀 Swertia diluta var. tosaensis (Makino) H.Hara 이름에 ‘개’자가 들어가면 왠지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꽃 이름에는 묘한 접두어들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개’, ‘나도’, ‘너도’, ‘좀’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나도’하고 ‘너도’는 뭐 말 그대로 “너만 000이냐 나도(너도) 000이다”이런 의미다. 일반적으로 다른 식물인데 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다. 사촌인 경우도 있고, 전혀 상관없는 경우도 있다. ‘좀’은 ‘작다’는 뜻이다. 이 경우는 같은 종류의 식물인데, 크기가 작은 경우 붙여진다. ‘애기’라는 이름이 앞에 붙는 경우도 비슷하다. ‘개’는 비슷하지만 다른 특성을 가진 경우 붙이는 이름이다. 그런 점에서 ‘개쓴풀’은 ‘쓴풀’..
대흥란[Cymbidium macrorrhizum Lindl.] - 난과식물로 부생식물(腐生植物)이다. 부생식물이란 동․식물의 사체․배설물 등을 분해해 생긴 유기물을 생활에 필요한 영양원으로 하는 식물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사물기생식물이라고도 부른다. 종속영양식물이며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할 능력이 없는 식물이다. 따라서 잎도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란다. 요즘은 야생화 촬영을 하러 떠나는 날이 아주 뜸해졌다. 특별히 게을러진 것도 아닌데, 어찌하다보니 자주 가지를 못한다. 지난해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빡세게 돌아다녔던 날은 기억에 선하다. ‘대흥란’을 찍으러 갔던 때가 그랬다. 대흥란을 보러 가자는 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콜’하고 강원도로 떠났다. 삼척에서 아는 분을 만나 그 ..
금강애기나리[Streptopus ovalis (Ohwi) F.T.Wang & Y.C.Tang var. ovalis] - 고원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와 만주 일대에 분포한다. 국내의 자생지로는 경기도 가평․포천, 강원도 양구․양양․인제․정선․태백․평창․홍천, 전북 무주, 경남 산청 등이다. 4~6월 경 꽃을 피우고, 붉은 색 열매가 달린다. 높이는 대략 40cm 전후다. 산림청에 의해 희귀식물 약관심종으로 지정됐다. 흔히 이름 앞에 ‘금강’이 붙으면 금강산에서 발견됐고, 고산식물이라고 보면 얼추 맞다. 그런 점에서 ‘금강애기나리’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것은 ‘진부애기나리’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데, 진부에서 채집되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싸리재와 금대봉은 흥미진진..
갈퀴현호색[Corydalis grandicalyx B.U.Oh & Y.S.Kim] -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특산식물이다. 4월에 꽃이 피며 4~5개에서 많게는 10여개의 꽃이 총상화서로 달린다. 일반 현호색과는 달리 꽃잎(화통) 옆으로 꽃받침이 발달해 마치 날개모양을 하고 있다. 이 꽃받침의 모양이 갈퀴를 닮았다고 해 갈퀴현호색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중부지방, 특히 강원도의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서너해 전인가, 바쁘게 야생화 탐사를 다니던 해가 있었다. 거의 매 주말과 휴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저곳을 뒤지던 시기였는데, 곰배령을 찾은 것도 그 때였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곰배령은 점봉산을 넘는 고갯길이다.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말 그대로 희귀한 야생화가 즐비한 야생화 천국이다. 처음 찾았을 당시 곰배..
삼지구엽초[Epimedium koreanum Nakai] - 세 개의 가지에 아홉 개의 잎이 달린다해서 삼지구엽초로 불린다. 4~5월 경에 꽃을 피운다.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마치 거미를 연상시키는 미색 꽃이 아래를 보고 달린다. 줄기는 대략 30cm 정도 된다. 정력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마구잡이 채취로 요즘은 도통 만나보기가 힘들다. 한방에서는 음양곽(陰羊藿)으로 불린다. 언제부턴가 귀에 익은 이름이었다. ‘삼지구엽초’ 또는 ‘음양곽’.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은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만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약초로 말린 것은 종종 구경을 했는데, 꽃을 보기가 왜 그리 힘들던지. 지난해 봄, 우연히 찾은 용인의 한 야산에서 마침내 삼지구엽초를 만났다. 높지 않고 우거지지도 않은 그 산에는 널찍하게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