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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사진은 장비다 예술 분야 중 사진처럼 장비 덕을 톡톡히 보는 장르도 드물다. 많은 사진가들이 더 고급스럽고 비싼 장비를 선호한다. 제조회사들 역시 보급기, 중급기, 고급기로 제품을 분류해 은연 중에 자존심을 자극한다. 출사를 나가면 사진 보다 다른 사진가의 카메라에 더 눈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제법 오래 전 필름 카메라가 대세이던 시절, 유명 잡지사에서 사진기자로 있던 한 친구가 경복궁 출사대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 친구는 말미에 “말로만 듣던 카메라를 오늘 모두 보고 왔네”라며 웃었다. 그날 우리는 명품 카메라 이야기를 나누며 부러움에 잠겼다. 지금도 좋은 카메라나 렌즈를 보면 여전히 탐난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진 관련 장비를 모두 구비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이 따라..
호랑버들Salix caprea L. 봄이 되면 겨울잠을 자던 꽃눈들이 한껏 기지개를 편다. 2월말쯤이면 산속은 계곡을 따라 이른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지만, 꽃 소식이 늦은 마을 인근에서 그래도 봄기운을 제일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버드나무다. 그러나 털이 보송보송한 꽃봉오리가 터지면서 꽃술이 만개하는 모습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버드나무의 종류가 많다. 갯버들, 수양버들, 왕버들, 들버들 등등 다양한 버드나무과 식물이 있는데, 이들을 구별하기가 영 쉽지가 않다. 사진의 버들은 호랑버들이다. 용인의 한 야산에서 촬영했다. 호랑버들의 꽃말은 ‘자유’고, 이름은 겨울눈이 마치 호랑이의 눈을 닮았대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얀 꽃봉오리에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버드나무과의 낙엽활엽..
제비꽃은 어려워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www.nature.go.kr)’에 등록된 제비꽃은 60여종이다. 종류가 많다보니 제비꽃만 모은 도감이 나올 정도다. 산이나 들에서 흔하게 만나는 제비꽃이다 보니 처음에는 무턱대고 촬영을 했지만, 나중에 분류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미분류 상태로 잠자고 있는 사진도 적지 않다.제비꽃의 색은 크게 보라색(짙거나 옅은 차이는 있지만), 흰색, 노란색으로 나뉜다. 그 중에는 태백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처럼 향이 나는 꽃들도 있다. 함께 촬영을 다니는 사람 중에 제비꽃만 열심히 공부한 분이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촬영 때마다 옆에서 분류를 해주어서 지금 정리해둔 것이 거의 그의 공이다. 제비꽃은 참 아련한 꽃이다. 북방 오랑캐가 쳐들..
큰괭이밥Oxalis obtriangulata Maxim. 괭이밥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흔히 ‘클로버’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솔직히 잎의 모양은 괭이밥이 클로버 보다 훨씬 더 단정한 느낌이 든다. 대부분 야생에서 만나는 괭이밥은 노란색꽃을 피운다. 특별히 원예화 되어 온실이나 화분에서 자라는 녀석들도 있는데, 이들은 ‘사랑초’라는 특별한 별칭으로 불린다. 또 학명을 따 ‘옥살리스’라고 통칭되기도 한다. 큰괭이밥은 꽃과 잎이 크고 5월경 산속에서 꽃을 피운다.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해 늘 피기 전이나 꽃이 시든 뒤에 만나고는 했는데, 가끔은 운이 좋을 때도 있다. 사진의 큰 괭이밥은 가평의 산속에서 촬영했다. 흰꽃을 피우는 또 다른 괭이밥으로는 ‘애기괭이밥’이 있다. 이름에 애기가 붙었지..
수리산 유감 변산바람꽃은 이름 그대로 변산에서 처음 발견된 꽃이다. 2006년 2월 말경인가 부안 일대를 돌면서 변산바람꽃을 촬영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꽃인 줄 알았다. 마을 뒤 밭둑과 산언저리에 몇 개체씩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는 변산바람꽃을 ‘땅꽃’이라고 불렀다. 그 때도 유명세 탓에 제법 많은 사진가들이 와 있었다. 그 변산바람꽃이 경기도 일대에서도 자라고 있다. 이중 많이 알려진 자생지는 풍도와 수리산이다. 수리산의 자생지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8년 봄이었다. 임도 옆으로 보일 듯 난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계곡 주변으로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당시에는 군락지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개체수도 많았다. 두 번째 방문한 ..
왜미나리아재비Ranunculus franchetii H. Boissieu 복수초, 바람꽃, 모데미풀, 산작약 등등 식물의 과명을 찾다보면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들이 제법 많다. 우리나라에 21속 106종의 식물이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재비는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우리말이니, 미나리 아저씨란 의미다.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는 뜻이다. 우리식물 이름에 붙어 있는 아재비의 대부분이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싶다. 왜미나리아재비는 이름대로 키가 작은 편이다. 미나리아재비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면, 왜미나리아재비는 강원도 고산지역에 자란다. 기록에는 계룡산이나 무등산 등에서도 자생한다고 한다. 아담해서 촬영하기에는 좋은 모델이다. 사진의 왜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