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꽃사진 (28)
들꽃소리
길을 잃다 제법 오래전 이야기다. 안면도로 새우란 촬영을 떠났다. 산허리 곳곳에 옹벽이 설치되어 있는 높지 않은 야산이었다. 넓게 닦아 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좁은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새우란 몇 촉과 금난초 몇 촉, 은난초도 눈에 들어왔다. 남쪽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옥녀꽃대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산 속에서 보냈다. 풍성한 수확을 얻은 우리는 장소를 옮기기 위해 다시 산을 내려왔다. 길이라고 해야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하나, 그리고 좌우로 갈라진 길 두어 개가 전부였다. 만족감에 가득 찬 하산길은 잠시 후 당황스러움으로 변했다. 길 끝에 높은 옹벽이 떡하니 나타났다. 뛰어내리기에는 높이가 상당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 길을 더듬고 다른 길로 내려왔다. 역..
노랑무늬붓꽃[Iris odaesanensis Y.N.Lee] -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현재 멸종위기식물로 보호받고 있다. 하얀꽃잎에 노랑무늬가 들어있어 노랑무늬붓꽃이란 이름을 얻었다. 자생지는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의 산지로 비교적 넓게 분포되어 있고, 개체수도 많은 편이다. 자생지를 잘 알고 때를 맞춰 찾아가면 더 없이 좋겠지만, 전업이 아닌 다음에야 항상 시절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가끔 운이 좋으면 뜻하지 않게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진의 노랑무늬붓꽃이 그런 얼굴이다. 5월초의 긴 연휴를 맞아 떠난 여행에서 노랑무늬붓꽃을 만났다. 꽃을 촬영하러 간 여행은 아니었지만, 카메라를 메고 다닌 탓에 반가움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10년 정도 야생화..
매뉴얼 그까짓 거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인데 늘 소홀한 것이 있다. 매뉴얼을 숙지하는 일이다. 사진은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그러니 그 기계를 제대로 잘 다루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카메라는 빛을 조절해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에 영상이 담기도록 하는 기계다. 카메라에는 빛을 조절하는 3가지 장치가 있다. 조리개, 셔터, 감도가 그것이다. 조리개는 빛이 들어오는 통로의 넓이로, 셔터는 시간으로 빛의 양을 조절한다. 감도는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가 빛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의미한다. 현재 감도는 ISO라는 국제 규격을 사용하는데, 과거 필름에는 ASA나 DIN 같은 미국 또는 유럽의 규격이 함께 표기되어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기에 알맞은 적정노..
남산제비꽃 Viola albida var. chaerophylloides (Regel) F.Maek. ex Hara 제비꽃은 종류가 다양하고 변이가 심해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꽃색과 잎의 모양 등을 통해 구분하는데, 국내에 자생하는 종류만 6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는 고산지대 등 특별한 곳에서만 자라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남산제비꽃도 주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다만 흔하다는 것이 보랏빛 꽃을 가진 제비꽃처럼 집 주변이 아니라 산지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지에서 만날 수 있다. 제비꽃의 색은 크게 분홍색, 보라색, 흰색, 노란색으로 나뉜다. 남산제비꽃은 흰색의 꽃을 피우며, 잎이 코스모스잎처럼 갈라진다. 그래서 다른 제비꽃과는 구별이 비교..
대암산 용늪 2008년 7월 4일, 4륜구동 SUV를 새로 장만했다. 소형차로 야생화 촬영을 다니기에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아 큰마음 먹고 구입하게 됐다. 오후 4시경 회사에서 차를 인수하고, 다음날 오전 8시 대암산으로 출발했다. 인수 받을 당시 운행기록은 10㎞ 남짓이었다. 수원, 여주를 거치면서 탑승 인원은 4명으로 불어났고, 인제에서 다시 한 명이 늘었다. 여기저기 비가 고인, 포장도 되지 않은 임도를 따라 그렇게 대암산 용늪을 올랐다. 구입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차의 외관은 이미 10년은 탄 듯한 몰골로 변했다. 슬슬 속이 아려왔다. 어렵사리 용늪으로 들어갔다. 1993년인가 용늪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잡지사에서 군과 인제군에 공문을 보내 협조요청을 하고 찾았다. 덕분에 장병들의..
큰괭이밥Oxalis obtriangulata Maxim. 괭이밥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흔히 ‘클로버’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솔직히 잎의 모양은 괭이밥이 클로버 보다 훨씬 더 단정한 느낌이 든다. 대부분 야생에서 만나는 괭이밥은 노란색꽃을 피운다. 특별히 원예화 되어 온실이나 화분에서 자라는 녀석들도 있는데, 이들은 ‘사랑초’라는 특별한 별칭으로 불린다. 또 학명을 따 ‘옥살리스’라고 통칭되기도 한다. 큰괭이밥은 꽃과 잎이 크고 5월경 산속에서 꽃을 피운다.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해 늘 피기 전이나 꽃이 시든 뒤에 만나고는 했는데, 가끔은 운이 좋을 때도 있다. 사진의 큰 괭이밥은 가평의 산속에서 촬영했다. 흰꽃을 피우는 또 다른 괭이밥으로는 ‘애기괭이밥’이 있다. 이름에 애기가 붙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