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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영아자 Asyneuma japonicum (Miq.) Briq. 이름도 독특하고 꽃도 예사롭지 않다. 문제는 독특한 이름 ‘영아자’의 유래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1930년대말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명조사서인 에는 ‘염아자’로 기록되었다가, 1950년대 중반 발간된 에 ‘영아자’로 이름이 바뀐 변천사 정도만 알려져 있다. 보라색으로 피는 꽃은 마치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는 듯하다. 뒤로 말린 5장의 긴 꽃잎, 끝이 3갈래로 갈라져 동그랗게 말린, 앞으로 툭 튀어 나온 긴 암술대가 연출하는 모습이다. 어쨌거나 여름 산행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식물로, 어린잎은 나물로 이용한다. 최근에는 농가에서 새로운 소득작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사진은 올여름 폭염 속 짧은 산행에서 만난 영아자꽃이다...
좀목형 Vitex negundo var. incisa (Lam.) C.B.Clarke 모형(牡荊)이라는, 중국에서 유래한 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좀목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형 보다 작다는 뜻으로 좀모형으로 불렸는데, 발음이 변해 좀목형으로 변했다는 것. 이우철 교수의 에는 ‘좀(작은) 목형이라는 뜻의 일명’이라고 되어있다. 꽃의 모양이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든다면 순비기나무의 꽃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순비기나무는 바닷가 모래위에 줄기를 뻗으며 자라고, 좀목형은 2m 높이 정도까지 자란다. 두 나무 모두 추위와 바닷바람에 견디는 힘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비기나무를 내륙에 이식해 잘 키우고 있는 경우를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자생지가 바닷가지 자라는 곳을 가리지는 않는 듯하다. 좀목형은 꿀이 많아..
부레옥잠Eichhornia crassipes (Mart.) Solms 7~8월은 무더위와 함께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꽃을 피운다. 호수나 연못 등에서 만나는 연꽃도 반갑고, 작은 둠벙이나 논에서 눈 맞춤하는 물질경이, 어리연, 보풀 등등 작은 물꽃들도 정겹다. 부레옥잠도 그런 반가운 물꽃 중 하나다. 부레옥잠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꽃자루가 물고기의 부레처럼 부풀어 올라 물에 뜨는 옥잠화라는 뜻이다. 화려한 꽃잎의 무늬는 터키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나자르 본주(Nazar Boncugu)’를 닮았다. 봉안란(鳳眼蘭)이라는 이름도 보이는데 꽃잎의 무늬에서 따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에 떠다녀 부평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이 이름은 개구리밥도 가지고 있다. 물옥잠과의 여러해살이물풀이다.
은행나무Ginkgo biloba L. 주변에 너무 흔하게 보여 새삼스럽지 않은, 노란 단풍과 열매로 기억되는 나무다. 열매는 알아도 꽃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나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호기롭게 은행나무꽃을 소개해본다. 사진은 수꽃이다. 알다시피 은행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다. 암꽃은 정말 볼품없다. 그래도 수꽃은 클로즈업을 하니 청포도를 닮았다. 은행나무는 원산지가 중국이다. 은행이라는 이름도 ‘은빛 나는 살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양평의 용문사 은행나무가 1,100살이 넘었으니 그 보다 훨씬 전일 듯싶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나라 사찰과 서원 등에는 몇 백 년 이상 된 은행나무들이 즐비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들도 10여개..
눈개승마 Aruncus dioicus var. kamtschaticus (Maxim.) H. Hara 사방이 녹색으로 가득 찬 숲에서 마치 등불처럼 하얗게 빛나는 꽃을 피운다. 꼬리처럼 기다란 원뿔모양의 꽃차례를 따라 하얀꽃이 사방으로 퍼지는 폭죽처럼 피어난다. 흔한 야생화처럼 보이지만 나물로 인기 높은 식물이다. 울릉도에서는 삼나물로 불리며, 재배된다. 또 고기 맛이 난다고 해 고기나물로도 불린다. 이름의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 고산지대에서 자생한다. 꽃이 사방으로 퍼져 피는 탓에 우아하게 촬영하기 쉽지 않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앵초 Primula sieboldii E.Morren 앵초는 다른 야생화와는 달리 귀티가 묻어난다.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면, 집안에서 키우는 화초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산에서 만나면 왠지 누군가 일부러 심어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흔한듯하지만 정작 만나기는 쉽지 않다. 물이 있는 습한 곳에서 자란다. 개인적으로 자생지 몇 곳을 알고는 있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다 찾을 때면 꽃 피는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앵초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가 쓴 2권에 잘 설명되어 있다. 짧게 옮기면 일본명 그대로의 표기이며, 앵두와 앵초의 앵(櫻)은 모두 앙증맞은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앙증맞고 사랑스럽다는 뜻이라고. 강원대학교 이우철 교수가 엮은 에는 앵초..